본문 바로가기
카메라 이야기

후지필름 X70 - 28mm 화각의 최강 스냅용 똑딱이

by h2k.photograph 2021. 12. 16.

1. 후지필름 X70 vs 리코 GR3 

2016년 초였습니다. 출퇴근용으로 가볍게 갖고 다닐만한, 소위 똑딱이 디카라 불리는 스냅용 소형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고 싶어서 이 제품 저 제품 리뷰를 찾아봤습니다. 그때 최종적으로 후보군에 오른 2개의 제품은 바로 후지필름(FUJIFILM)의 X70과 리코(Ricoh)의 GR3였습니다. 똑같은 APS-C 센서크기에 환산 화각 28mm를 지원하는 두 제품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다가 결국 선택한건 후지필름 X70이었습니다.

후지필름 X70

리코 GR3가 아닌 후지필름 X70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 디자인 - 개인적으로 카메라 디자인은 X70이 더 이쁘다고 생각했습니다. LCD화면을 플립형으로 올려서 셀피(Selfie) 촬영이 가능한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 필름 시뮬레이션 - 리코의 독특한 색감도 워낙 유명했지만, 후지필름의 필름 시뮬레이션 기능이 끌렸습니다. 특히 클래식 크롬(Classic Chrome) 색상을 정말 써보고 싶었습니다.
  • GR3의 센서 먼지 이슈 - X70에는 특별히 센서 먼지 유입 이슈가 없었는데, GR3는 생각보다 센서에 먼지가 잘 들어간다는 이슈가 있어서 결정적으로 X70을 선택하게 됩니다.   

환산 화각 28mm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화각이었기에 두 제품 모두 그 부분은 만족했지만, 위의 3가지 이유로 저는 X70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2. 스냅의 최강 화각 28mm 그리고 후지필름 X70

과거에 FinePix S5Pro라는 DSLR을 사용한 이후로 참으로 오랜만에 사용하게된 후지필름의 제품이었습니다. S5Pro의 안정감 있는 색감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던지라 X70에 대한 기대치도 굉장히 컸는데, 결과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X70 구입 후 초반에 찍었던 사진

환산 28mm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화각입니다. 과거에 DSLR인 Nikon D810을 사용했을때도 제가 가장 즐겨쓴 렌즈는 AF-S NIKKOR 28mm f/1.8G N 렌즈였습니다. 현재도 후지필름 X-Pro3에 바디캡으로 사용하고 있는 렌즈는 환산 28mm를 지원하는 XF18mmF1.4 R LM WR 렌즈입니다. 28mm는 어느 순간에서도 적당한 거리에서 주피사체와 다양한 부피사체 및 환경을 담을 수 있는 저의 또 다른 눈 역할을 했습니다.

 

2016년 6월, 덴마크 코펜하겐 출장시 X70으로 촬영한 사진들

해외 출장을 갈때도 무거운 DSLR은 두고 가고, X70 하나만 갖고가서 자유 시간때 짧게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즐겁게 촬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여행하면서도 DSLR을 갖고 왔다면 정말 무거워서 후회만 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X70은 정말 쾌적하게 촬영할 수 있는 휴대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높은 화질의 결과물을 보여줬습니다. 

 

일상 / 여행용으로 적합한 X70

주머니에 넣고 갖고 다닐 수 있는 동시에, 겉에서 링과 버튼으로 조작할 수 있는 조리개와 셔터스피드, ISO, 노출 보정 다이얼 등 직관적으로 빠르게 촬영할 수 있는 장점은 일상 스냅에서 큰 역할을 해줍니다. 

 

좌측 원본: 와이프가 촬영한 JPEG 원본 / 우측 후보정: RAW 파일로 살려낸 후보정 결과물

한 번은 해외 출장을 나간 와이프에게 X70으로 촬영을 해보라고 카메라를 쥐어줬는데, 사실 와이프는 카메라의 작동원리나 조작법을 전혀 모르는 카메라 생초보나 다름없었습니다. 역시나 귀국 후에 확인해본 결과물은 돌아가있는 노출 보정 버튼으로 인해 노출 오버된 사진들로 가득했지만, JPEG+RAW 파일 저장방식으로 초기 세팅을 제가 미리 해놓아서 RAW파일을 후보정으로 돌려보니 꽤나 복원력도 좋은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후지필름 RAW 파일의 관용도도 다시 한번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위 네장의 사진은 노출 오버된 사진들을 RAW 후보정(Adobe Lightroom 사용)을 통해 복원시킨 결과물들입니다. 꽤나 복원력이 좋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하게 된 X70

결혼 후로 미러리스 카메라 X-Pro2와 X-Pro3 사용이 훨씬 잦아지면서 X70은 생각보다 사용빈도가 급격히 떨어지게 됐습니다. 그래서 중고로 판매하게 됐는데, 판매한지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중고가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출시된지 만 6년이 가까워진 카메라지만 아직도 X70을 찾으시는 분들이 많다는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점이 아예 없던건 아닙니다. 카메라 외부 도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벗겨지는 현상도 있고, AF 속도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 느렸기에 스냅 촬영시 조금씩 박자가 늦을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28mm 화각이 주는 안정감과 조작성, 뛰어난 색감은 사용하면서 큰 만족으로 다가온 부분이었습니다. 이 시점에서도 후지필름 X70을 서브용 카메라 정도로 구입을 고려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댓글